'민간인불법사찰'에 해당되는 글 4건
- 2012.04.12 4.11 선거 단상 7
- 2012.03.17 불법사찰의 시대
- 2010.12.16 그들의 정의
- 2010.12.01 권위주의 시대의 도래?
이번 선거, 정말 놀랍다.
한반도를 가득히 덮은 저 빨간 색이라니...
새누리당이 선거전략과 물량동원력에서 한 수 위였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꿔 달 때 별 짓을 다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게 고스란히 먹혀 들었다. 박근혜당으로서 이명박 한나라당과 부단히 선긋기를 해나갔고, 공천과정에서도 한나라당 시절 구태를 되풀이하지 않았다. 글자 그대로 환골탈태, 명실상부한 면모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새누리당의 실체가 현정권과 다르다는 (사실은 희한한) 인식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었다.
특히 젊은 층에 대한 전략적인 어필도 최소한 목적한 바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손수조 등 젊은 정치가들을 영입하여 새누리당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젊은 목소리를 내도록 했다. 손수조 후보가 지역구에서 결과로는 졌다고 하는데, 솔직히 새누리당 선거캠프에서도 이 카드는 어차피 버리는 카드였을 것으로 보인다. 기왕 버리는 카드, 어차피 더 잃을 것도 없으니 가장 영악하게 활용하고 버려보자는 심산 아니었을까. 손수조 후보가 눈물을 흘리며 말하던 '자객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는 멘트는 흡사 사극에서 악의 무리에 괴롭힘 당하는 가련한 여주인공의 대사와도 같았다. 그 멘트가 계산됐는지, 혹은 불러줬는지, 혹은 별 생각 없이 던진 말인지 모르겠지만, 드라마를 보며 선악구도를 잡는데 익숙한 전국의 젊은 세대 상당수는 새누리당은 악의 세력이라는 이미지에 대해 무의식적으로라도 교란이 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선거광고 역시 젊은 층의 감각에 맞아 떨어졌다. 새누리당이 새됐다는 광고, 정말 그 내용은 구린 냄새 나는 수구의 정체를 숨길 수가 없었지만, 젊은 층에 대한 소통의 노력만은 가상하지 않았던가. 이들은 어차피 내용이나 명분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차피 88만원 세대요, 반값 등록금으로 자신들에게 호되게 당한 세대가 아니던가. 하지만 영상세대요, 반민주독재세력과 처절한 투쟁을 경험해 보지 못한 탈정치화세대이기도 하지 않은가. 따라서 젊은 유권자들이 자신에 대해 갖고 있던 기존 이미지를 흔들어 헷갈리게 하는 게 1차적인 목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새누리당은 최소한 젊은 유권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얇은 자기 당에 대한 이미지를 교란시키는데 성공했다.
선거문구 하나를 뽑아도 새누리당과 야권은 격차가 정말 컸다. 지난 번 서울시장 선거 때도 비록 지긴 했지만 나경원 후보 쪽 선거문구는 피부에 와닿는 정서적 표현으로 부드럽고 그럴싸 하게 자신을 포장하는 면에서 박원순 후보 쪽보다 우월했다. 아마 악재가 터지지 않았다면 결과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도 야권은 선거문구 하나 뽑는데도 정말 구태의연했다. 심지어 어느 지역을 가다 보니 통합민주당 후보는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구태의연한 선거문구까지 쓰고 있었다.
막판에 터진 김용민 후보의 막말전력시비도 결국 이미지 문제로 귀결된다. 조중동에서는 역시나 막대한 물량을 동원한 침소봉대 신공으로 목사 아들인 김용민 후보가 한국교회 전체를 비방하고 욕보였다는 식으로 팩트를 비틀어 재림한 가룟 유다 쯤으로 개신교인들에게 비춰지게끔 만들었다. 결국 김용민 후보의 막말전력시비는 수구근본주의 개신교인들이 신봉해 마지 않는 "보수=애국=복음주의=새누리당(=기타등등)" 프레임이 전국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하는 기폭제가 된 것이다. 이미지로 판단하는 보통사람들의 정서가 자극되고 격앙되지 않을 수 없었다. 보이지 않게 자행되고 있는 수많은 현정권의 악행보다도 눈 앞에 보이는 '막말을 한 전력이 있다는', '가룟 유다 같은' '웬 더벅머리 새파랗게 어린 후보놈'과 '그런 놈을 후보로 내세운 당'이 더 밉게 보이기 때문이다.(*1)
결국 새누리당은 빈약한 명분과 내용에도 불구하고 부단히 이미지를 공략한 덕분에 민간인불법사찰과 언론장악과 재벌독식경제와 수많은 현정권의 악행에 공범이자 공동주범임에도 성공적으로 꼬리자르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덧붙임]
*1: 새누리당 쪽 후보들은 성폭행과 논문표절과 친일발언을 하고도 거뜬히 당선될 수 있었다. 김용민 후보의 허물이 이런 자들에 견주어 그 정도로 큰 것이었단 말인가. 이런 차이는 조중동의 막강한 이미지조작능력과 여기에 적극호응하여 결집하는 보수근본주의개신교 세력을 빼곤 설명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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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수단을 갖고 있는 자들이 진실과 정의를 자기 입맛대로 조작하고 규정해 온 것이 비단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댓글알바, 언론방송장악, 검찰과 경찰의 기득권 감싸기, 청와대와 '그 윗선'의 개입에 이르기까지 현정권기에는 유독 이런 일이 아주 대놓고 벌어지고 있다.
비단 정치적 영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리스도교, 특히 개신교 내부에서조차 이들과 비슷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자들에 의해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교회와 그들의 권익을 지켜준다는 명분으로 그들의 아바타를 자처한 이들이 대형교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게시물을 블라인드시키거나 고소고발을 남발해서 입막음하려고 하는 것이다.
본 블로그에서도 확인해 보니 무상급식 반대로 드러난 대형교회들의 친기득권적 행보를 비판한 글과 모 대형교회에서 일어난 부끄러운 사건에 대해 안타까워한 글이 블라인드됐다.
원래 이런 치졸한 짓은 2000년대에는 사이비이단집단들이나 했다.
이걸 대형교회에서 따라하고 있으니 이 무슨 해괴한 일인지.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진실과 정의를 조작한다는 푸코적 명제가 90년대도 아닌데 새삼스레 와닿고 있다. 대형교회가 권력기관에 다름없다는 명제가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유효하다.
역시 고전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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