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부산 총회(2013)'에 해당되는 글 1건
- 2013.07.11 WCC의 소위 종교다원주의 논란을 보며 2
WCC의 소위 종교다원주의 논란을 보며
지난 6월 24일 부산 브니엘 신학교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 찬반토론회 동영상을 보면 근본주의자들의 편협성과 정치적 속내에 따른 막무가내식 우기기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되풀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점들에 대해선 굳이 언급할 필요를 못 느낀다. 이 글의 주제는 6월 24일 토론회 중 소위 종교다원주의 부분에 국한할 것인데, 그 까닭은 근본주의자들이 여전히 토론의 상황에 대해 착각하고 있거나 거짓말로 덮으려 하는 것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1. 우선 위 동영상을 편집한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유일한 중보자"라는 성구(디모데전서 2:5)를 영상 말미에 제시함으로써 이 토론회에서 반WCC진영이 얻고 싶어하는 바, 즉 WCC는 종교다원주의 노선이라는 혐의를 각인시키고 싶어한 것 같다.
2. 반WCC진영의 속내는 토론 과정에서 역력히 드러난다. WCC찬성진영 쪽 발제토론자 정병준 교수는 WCC의 의사결정구조에 관해 발제문과 토론과정에서 WCC총회가 채택하는 문서를 기준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점을 몇 차례 지적했다. 즉, 소위 바아르 문서는 WCC총회 이전 예비연구단계에서 신학자들의 자유로운 토론과정에서 나온 목소리요, 정현경의 저 유명한(?) 퍼포먼스로 홍역을 치르면서 열렸던 WCC 캔버라총회는 바아르문서나 정현경의 입장을 공식입장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WCC에서 활동하는 개개인 몇이 종교다원주의 성향을 표방하는 것과 WCC가 공식적 레벨에서 표명하는 입장은 서로 다르다는 것이 이 문제에서 유념해야 할 기본적인 사실관계이다. 정병준은 이 기본적 사실관계를 누차 지적했다.
그러나 반WCC진영 쪽 발제토론자 최덕성 교수나 토론회 사회를 맡은 이병수 목사 어느 쪽도 이 중요한 지적에 대해 제대로 반응하지 않고 그저 자신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만을 들으려 할 뿐이었다. 최덕성의 막무가내 우기기야 그렇다 치고, 중립을 지켜야 할 진행자의 자리에 있었던 이병수조차 "바아르 문서가 종교다원주의 노선이었다"고 정병준에게서 답변을 재차 유도한 다음 "솔직히 인정해 주셔서 고맙다"며 청중의 박수를 이끌어내어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그러면 이것으로써 WCC는 종교다원주의라는 것을 WCC찬성 쪽에서조차 인정한다는 뜻이 되는가? 이런 얼토당토 않은 생각을 반WCC쪽에서 여기저기 심어놓은 댓글알바들만이 아니라 토론당사자들까지도 하고 있었다면 참 황당무개한 일 아니겠는가?
3. 게다가 요한복음 10장에 기록된 "생명"(요한복음 10:10 등)이 구원론적 의미의 ζωη(조에)이니까 이것을 βιος(비오스)에 해당하는 창조론적 의미로 인용하면 안 된다는 최덕성의 공격은 얼마나 유치한 바리새적 단견인가. 요한복음 1장 서문(요한복음 1:1-14)에서 요한은 이미 그 생명의 빛인 말씀으로 말미암지 않고 창조된 것은 없다고 밝혀두었고, 이 서문에 함축된 사상은 요한복음 전체에 걸쳐 펼쳐지게 된다. 이 가장 단순분명한 요한복음 해석의 출발점을 까맣게 잊고 있다는 얘기다. 미안하지만 이건 어설프게 원어를 들이대기 전에 우리말 성경만으로도 알고 있어야 할 요한복음 이해의 기초임을 환기해두겠다. 이런 수준의 독해력으로 WCC문서의 "성경인용"을 검증하겠다면 그 눈이 제대로 열려 있는지부터 상식적인 의심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4. The Tradition(=복음)과 traditions(교회전통들)를 모두 '전통'으로 알아듣고 이걸 종교다원주의에 갖다붙이는 단장취의식 독해의 대단한 내공에 이르러선 할 말을 잃는다. 에큐메니칼 문서 읽기 클리닉 같은 거라도 해야 할 판이다! 솔직히 말하면 여기서 아주 조금만 더 나가면 사이비이단 쪽 댓글알바들의 적반하장, 견강부회, 단장취의 내공과 구분이 희미해질 지경이다. 부디 논란 당사자들과 이런저런 추종자들께서는 더욱 정진하시기 전에 이점을 한 번쯤 심각하게 유의해 보셔야 할텐데... 이게 누가 말리거나 나무란다고 될 문제가 아닌지라. 참 씁쓸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5. 가장 기초적으로, 늘 그렇듯이, 비그리스도교를 이웃하면서 대화와 공존의 필요성 가운데 있는 현대 그리스도교가 처한 현실을 가리키는 종교다원성(religious plurality)과 어떤 종교든 구원에 이르는 정당하고 온당한 길이라는 주의를 가리키는 종교다원주의(religious pluralism)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근본주의 진영에서 똑바로 인식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세계복음주의연맹 (WEA)는 최소한 이것을 구분할 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세계교회협의회가 제시했던 방향으로 수렴되어 오고 있다. 하지만 이걸 두고 또 종교통합이니 프리메이슨이니 하는 사람들이 있을테니... 참 갈 길이 멀다.
'믿음의 지평 > 개혁교회와 공교회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톨릭도 그리스도교냐고? 예장합동 제99차 총회 유감 (2) | 2014.10.04 |
---|---|
소위 개혁정통보수교리 수호가 오늘날 우리 한국개신교의 진정한 과제? (2) | 2014.09.03 |
최근 개신교 교세와 근본주의의 향배 (개정판) (1) | 2012.10.08 |
근본주의와 자유주의를 넘어서 (4) | 2012.09.11 |
이찬수 목사님의 대형교회화 포기선언을 환영하며 (1) | 2012.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