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25. 23:31

다중우주론과 하나님의 존재

우주생성에 관해 매우 흥미로운 기사가 떴다.


우주생성의 시초에는 물리학적 법칙이 있는데 이것이 시공의 비틀림을 통해 우주를 생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빅뱅이 꼭 신의 존재를 전제하지 않고서도 일어날 수 있었으며, "또 다른 우주에서 어느 꼬마의 우주전시프로젝트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끈이론과 결부되어 다중우주론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말이다. 그러면서도 이 주장을 내놓은 과학자들은 신의 존재를 반드시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면서 답은 물리학 법칙에서 멈추자고 제안하고 있다.


1. 과학자들이 답을 물리학 법칙에서 멈추자고 말한 것은 그들로선 온당한 태도였다. 왜냐하면 과학자들이 사물에 관한 모든 답을 갖고 있다고 착각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낸시 머피의 지적대로 사물을 물리학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물리학이라는 한정된 관점에서 사물을 해석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그 한정된 관점에서 설명할 수 없는 문제는 또 다른 레벨과 관점의 사고를 통해 접근하는 태도가 요청된다.


2. 국내에는 리처드 도킨스 류의 과학근본주의만 널리 알려져 있어서 과학자들이 다 도킨스처럼 유신론을 비웃고 공박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은 저명한 과학자들 가운데 이안 바버, 존 폴킹혼, 아써 피콕과 같은 인물들은 과학적 신학이라는 분야를 연구하는 일급신학자이기도 하다. 도킨스가 일급의 크리스챤 과학자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예로 들었던 인물들이 바로 이들인데, 이들이 신학자들 사이에서도 과학적 신학을 하는 아직 몇 안 되는 학자들이라는 걸 도킨스는 몰랐던 것 같다. 하물며 과학적 신학을 하지 않는 일급 크리스챤 과학자의 존재에 대해 도킨스가 제대로 알 수 있었을까.


3. 이와 달리, 문제의 기사에서는 이 과학자들이 빅뱅과 신의 존재를 결부시키는 전통적인 과학적 신학의 영역에서 얘기하는 데서 나름 조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의 기사작성자가 이런 부분을 생각하고 기사를 썼는지는 모르겠으나...


4. 과학적 신학의 논의에 따르면 물리학 법칙은 하나님의 본질을 반영한다. 따라서 빅뱅 당시 물리학 법칙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하나님의 존재에 아무런 반대증거가 되지 못한다.


5. 다중우주론은 어떤가? 성경은 현대의 선적 시간 개념이 가능하게 했던 지적 원천이었기 때문에 성경의 우주론은 단일우주론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아마도 과문의 소치이겠지만, 과학적 신학의 논의에서 아직까지 다중우주론을 흡수한 경우는 만나 보지 못했다. 

그러나 히브리서에서는 살렘왕 멜기세덱에 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고 족보도 없고 시작한 날도 없고 생명의 끝도 없어 하나님의 아들과 닮아서 항상 제사장으로 있느니라"(히브리서 7장 3절)

여기서 멜기세덱은 신적 제사장으로 나타나며, 예수 그리스도 이전에 이미 존재했던 중보자적 인물로 나타난다. 물론 이것은 전통적 해결책처럼 단일우주론적이고 선적 시간론에서 예기(anticipation) 개념으로 풀어 나갈 수도 있다.그러나 어쩌면 살렘왕 멜기세덱은 우리 세계가 아닌 다른 다중적 세계에서 중보자적 존재이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의미에서 (우주적) 그리스도는 나사렛 예수라는 역사적 인물보다 크다는 라이문도 파니카의 명제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