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룟 유다 복음서'에 해당되는 글 1건
- 2013.06.11 소위 예수에게 부인이 있었다는 얘기에 관해
소위 예수에게 부인이 있었다는 얘기에 관해
소설 다빈치코드 이후 다빈치코드에 담긴 반기독교적 개념들이 사실로 둔갑하여 보도되는 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가룟 유다 복음서에 대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터무니없는 과장광고가 그랬고,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를 "나의 아내"라고 불렀다는 콥트어 단편이 발견되었다는 하버드신학대 캐런 킹 박사의 학술적 발표를 선정적으로 기사화하는 보도행태가 그랬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먹고 살려니 별 짓을 다한다, 이런 얘기를 받아적기하는 기자들도 신학적 기본개념이 탑재되어 있지 않은 탓이지 하고 웃어넘겨 왔는데, 이런 간단한 유언비어에조차 적지 않은 그리스도인들마저 낚여서 헤매는 경우가 의외로 꽤 있는 것 같다. 교회의 선포와 교육의 장에서는 이런 내용이 다루어지기가 여의치 않은 수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해서 간단하게라도 사실관계를 밝혀둘 책임을 느낀다.
우선, 소설 다빈치코드에서 진실을 새로 밝힌 것은 없다. 작가 댄 브라운은 거기에 나오는 사실관계가 "모두 사실"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것부터가 거짓말이다. 그가 한 일은 고대 영지주의 문헌에서 몇 가지 단편적인 기록을 그것도 부정확하게 끄집어내어 자신의 반기독교적 의도에 맞게 개작했을 따름이다.
고대 영지주의 문헌이라면 소위 역사적 사실 여부에 정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웃어넘겨주어야 한다. 영지주의란 요새 말로 '의미', '뜻'이 중요하지 역사적 사실이야말로 열등하다고 간주한다는 주의였기 때문이다.
가룟 유다 복음서니, 무슨 콥트어 단편이니 하는 것들을 교회와 신학이 몰랐다고 생각하는가? 이미 오래 전부터 그 목록과 내용이 다 알려져 있다. 여기에 대한 새로운 발굴성과나 연구결과가 나오는 것은 영지주의 연구라는 특정 신학분과의 성과에 벽돌 한두 장 얹어놓는 정도에 불과하다. 역사적 사실관계 측면에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란? 고대인들이 예수에 관해 구라친 역사적 기록, 또는 화장실에 애들이 끄적거린 낙서 비슷한 성질의 것이 하나 더 얹어졌다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신약성경, 그 안에 담긴 사복음서야말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대교회의 검증결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게 기독교에 불신과 의혹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는 곧이 들리지 않을 것이다. 성경의 기록이 전설의 고향 쯤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자, 여기서 코메디스러운 상황이 발생한다. 성경의 기록을 전설의 고향 쯤으로 가볍게 취급하고 싶어할 정도로 투철하게 "비판적인", "역사비판적인", "반기독교적 현대인"이 고대 영지주의 문헌에 나온 쉰 떡밥을 덥썩 물고 희희낙낙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무슨 얘길 해도 기독교 안티질을 그만두고 싶지 않으실 분들이야 쉰 떡밥으로 무엇을 하시든 더 말리지 않겠다. 하지만 명색이 그리스도인이라면 이런 쉰 떡밥 덥썩 물고 배탈나시는 해프닝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
[덧붙임/2015.07.19]
캐런 킹 박사가 발표했던 문제의 콥트어 단편이 위조된 것이었다는 쪽으로 결론나고 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확인해 둘 내용:
- 가룟유다복음서와 마리아(막달레나)복음서 자체는 이미 그 존재와 내용의 윤곽이 알려져 있다. [예컨대, 각각 Schneelmelcher (ET1990):386f, 391f.] 따라서 이런 영지주의 계통 신약외경들의 사본이 발견되었다는 것 자체는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다.
- 그러면 캐런 킹 박사의 콥트어 단편에 왜들 이리 호들갑인가? 가룟유다복음서와 마찬가지로 노이즈마케팅에 불과한 비루한 짓거리다. 모르긴 몰라도 캐런 킹 박사도 좀 어리둥절하지 않았을까? 이미 그 존재 자체가 알려져 있던 신약외경 일부의 사본이 발견되었다는 정도 얘기를 갖고 신약정경의 예수상이 무너졌다고 나팔 부는 자들은 도대체 뭔가? 양심불량이 아니라면 자신의 무식과 태만을 부끄러워 해야 한다.
- 그나마 문제의 콥트어 단편조차 조작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고대의 종교적 낙서 유물이 발견된 줄 알았더니 현대의 고대낙서유물 흉내질이었던 얘기. 저명한 초기그리스도교연구가 캐런 킹 박사 개인이 조작질에 연루되지 않았으리라는 건 다행이고. 반기독교적 떡밥이 뭐가 더 남았나?
'믿음의 지평 > 정경-외경-위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위 얌니아공의회의 신화 (0) | 2015.10.08 |
---|---|
영화 "노아"와 에녹 전승 (0) | 2014.03.21 |
구약성경의 외경 혹은 제2정경과 위경에 관하여 (0) | 2013.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