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3. 17:11

한상렬 목사의 방북 논란

한상렬 목사의 방북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 대한민국이 80년대 군부독재시대로 회귀했다는 느낌이 든다. 잃어버린 10년 운운해대더니, 나라가 한 30년은 뒷걸음질쳤다.

문익환 목사가 김일성과 만났을 때도, 문규현 신부와 임수경 씨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국내언론은 이들을 빨갱이로 매도했다. 그게 벌써 언제적 얘긴가. 김대중, 노무현 시대에 와서야 이들의 노력은 통일운동의 일환으로 인정받았던 바 있다. 그런데 이젠 이들까지 다시 빨갱이가 될 판인가보다.

한상렬 목사의 경우 새롭게 생각되는 점은 극우세력이 조작된 기도문을 언론에 퍼뜨렸다는 사실이다.

한때 한상렬 목사가 평양 칠골교회에서 했다는 기도문을 조중동에서 들먹거렸다.(관련기사보기) 알다시피 그 기도문은 극우논객 지만원씨의 홈페이지를 드나드는 극우성향 누리꾼이 지어낸 작문에 지나지 않았다. 이것을 극우언론 인사이더월드와 뉴데일리, 올인코리아가 악의적으로 사실로 둔갑시켜 기사로 올렸고, 이것을 조중동이 다시 받아쓰기했다.

기도문이 일개 누리꾼의 어쭙잖은 작문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탄로났음에도 뉴데일리는 사과정정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 심지어 올인코리아는 추가로 문제의 기도문을 작문한 누리꾼의 입을 빌어 "한상렬 목사가 빨갱이라는 것은 불변의 진리"라는 기사까지 올렸다. 조중동은 한상렬 목사의 명예를 훼손한데 대해 사과를 구하는 정정기사를 올렸던가? 늘 그랬듯이 아니면 말고 식이다.

사실관계는 온데간데 없고 인터넷에는 "종북친북빨갱이는 북에나 가라"는 극우적 악플이 넘쳐난다. 애초 분탕질을 시작한 지만원씨 홈페이지의 극우성향 누리꾼들은 '관심'도 받고 한상렬 목사에 대한 '응징의식'을 일깨웠다며 '전리품'에 흡족해 하고 있다.

이 나라가 어느 때서부터인가 누군가를 증오하고 죽임으로써 존재를 확인하는 악마적인 분위기로 가득하다. 이대로라면 전쟁이 일어난들 이상하지 않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덧붙임]
1. 예전에 보수교회 목사들이 소위 운동권 목사들에 대해 목사직함만 걸어놓고 종북친북활동을 한다는 소문을 퍼뜨리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아직도 이런 얘기를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한상렬 목사 목회활동 중이시다.
종교 본연의 활동은 봉사라며 봉사도 안 하는 주제에 종북친북활동을 한다는 얘기도 어처구니없는 소리다. 이 '비기독교인'의 글을 읽어보라. 한국교회에 과연 지역사회에서 이만큼 신망을 얻는 목사와 공동체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 9월 14,15일 쯤 다른 블로그계정에 썼다가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