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29. 03:06

한국교회의 명목과 실체

나 자신을 살펴 봐도, 주변과 한국교회를 살펴 봐도 새삼 확인하게 되는 사실은, 명목상(de jure)믿음과 실질적(de facto) 믿음이 다를 때가 많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조차 실질적 믿음을 무의식으로 용의주도하게 억압해 버려 그 실체를 거의 잊어버리기까지 하고, 그 빈 곳에 그럴싸하게 정당화, 합리화(rationalization: Erich Fromm)해줄만한 명목상 믿음을 채워넣게 되기 쉽다. 기독교신앙은 명목상 믿음으로 이데올로기화하기 좋은 이미지와 상징과 교리들을 풍요롭게 제공하기 때문에, 글자 그대로 영화 인셉션과 같은 허위의식의 세계가 개인과 공동체의 삶에서 (그야말로 끝도 없이) 펼쳐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인간의 모습이야말로 칼뱅이 설파한 바 있었던 '우상공장'으로서의 인간의 진면목이 아닐까.

최근 케빈 밴후저도 미국의 소위 복음주의 또는 개혁주의 교회가 실질적으로는 자본주의적 양태가 삶의 원리가 되고 있는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한국교회의 경우는 어떤가? 명목상으로는 개혁주의, 보수신앙, 오직 성경으로만, 오직 믿음으로만, 오직 은총으로만을 부르짖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도 그런가?

한국교회의 실질은 개혁주의라기보다는 반공숭미주의요, 보수신앙이라기보다는 수구기득권신앙이요, 오직 내 생각으로만, 오직 내 신념으로만, 오직 미국의 은혜로만이 아닌가? 

오직 성경으로만, 오직 믿음으로만, 오직 은혜로만이라는 종교개혁의 원리는 바로 실질적으로 교회공동체를 이루는 진짜 믿음의 현주소에 적용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이전에 바로 나 자신부터 내 믿음과 삶의 명목상 명분이 아니라 진정한 실체가 무엇인지 솔직하게 살펴보고 정직하게 가늠하여 돌이키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