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11. 15:47

불평등의 대가

업무중 지하철로 이동하다가
대학생으로 보이는 두 청년의 대화를 원치 않게 듣게 되었는데...

이들의 대화가 실로 충격적이었다.

꽤 똑똑하고 유복한 집 자식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여성차별, 지역차별은 해주어야 한다는 요지로 말하니까

여학생이 수긍하면서(!) 그래야하는 이유에 대해 남학생의 답을 듣고 싶어했다.
(이때만 해도 당연히 별 관심 두지 않고 내 책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남학생의 답인즉슨,
특정지역사람들이나 여성들은 사회불만세력이기 때문에 차별해줘야 맞다는 거였다.

...
...
응?
뭐라고?
설마 그런 내용이었어?
내가 잘못 들었겠지?

근데 리와인드해본 내용이 분명 그거였다.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경이 곤두서서 이들의 다음 대화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는데...

이들은 이제 내릴 때가 되었던 것 같다.
이 커플은 "나라사랑해야겠네요"라고 결론짓고 화기애애하게 헤어졌다.

아니, 도대체 얘들이 말하는 나라사랑이란 뭔가?
지역차별 여성차별이 나라사랑이야?

아니, 그럴리가 있나...
그럴 리가 없어...
부디 내가 정반대로 들었길 바란다.
청년들의 때묻지 않은 정의감과 양식을 믿고 싶다.

하지만 얼마전 강남고교생 50%가 일베를 한다는 보도가 새삼 생각난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나라야 어찌 되었든,
지들 돈벌이 이권몰이하는데 혈안이 되어
부정선거에 여론조작하는 것도 부족하여,
패륜사이트를 육성함으로써 청년과 청소년들의 정신세계마저 세뇌시키려는
저들의 전략이 주효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 부쩍 우리 사회가 일본의 무신적 사회상과 너무나 닮아간다.

무엇보다
어른들의 부패한 욕심 때문에
청년들에게 마땅한 사회적 출구가 없는데...

이들을 기득권층이 정신적 노예로 삼아가고 있다.

이 정신적 억압기제는 반드시 억울한 희생자를 양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집단적 억울함은 반드시 사회적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정권의 역사적 정통성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공평과 정의에 대한 민감성에 의해 판가름난다.

교육불균형, 지역불균형, 양성불균형을 이데올로기와 종교의 이름으로 정당화하고
불의한 희생양을 양산하여 제 기득권을 보전하려는
망할 놈의 기득권 근본주의는
당장은 성공하는 것 같아도
필멸할 역병이요 암덩어리에 불과하다.

기득권 근본주의가 창궐한다면
대한민국은 이미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불평등의 대가(J Stiglitz)를 혹독하게 치를 날이 반드시 닥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