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15. 13:51

종말의 분별기준

세대주의의 시한부종말론 프레임이 교회회중 사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착잡한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데이비드 오워의 전쟁예언소동이나 베리칩=666표 루머의 확대재생산현상 모두 결국 시한부종말론 프레임에서 나온 것이다.

시한부종말론은 1. 시한부종말을 얘기하는 소위 영음, 꿈, 환상 등의 영적 현상, 2. 뉴스의 자의적인 취사선택, 3. 장황한 세대주의식 성경인용을 통해 자기확신을 말한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신약성경 데살로니가후서의 관심사가 바로 이것이었다.

1 형제들아 우리가 너희에게 구하는 것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강림하심과 우리가 그 앞에 모임에 관하여 2 영으로나 또는 말로나 또는 우리에게서 받았다 하는 편지로나 주의 날이 이르렀다고 해서 쉽게 마음이 흔들리거나 두려워하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 3 누가 어떻게 하여도 너희가 미혹되지 말라 먼저 배교하는 일이 있고 저 불법의 사람 곧 멸망의 아들이 나타나기 전에는 그 날이 이르지 아니하리니 4 그는 대적하는 자라 신이라고 불리는 모든 것과 숭배함을 받는 것에 대항하여 그 위에 자기를 높이고 하나님의 성전에 앉아 자기를 하나님이라고 내세우느니라 (데살로니가후서 2장1-4절)

1절을 보면 데살로니가후서 당대에도 임박한 시한부종말론과 '휴거'(*1)를 주장하여 교회를 어지럽히는 사람들이 있었다.

2절에 이들이 시한부종말론을 주장하는 양태가 나타나 있다. 오늘날 세대주의 종말론에서 하고 있듯이 1. 영음, 꿈, 환상 등의 영적 현상, 2. 여러 가지 소문, 3. 사도들의 말과 같은 것들로 시한부종말론을 만들어냈다. 이들이 퍼뜨리는 시한부종말론에 흔들리고 두려워하는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이 많았기 때문에 사도는 데살로니가후서를 써야 했다.

3-4절은 종말을 식별하는 분명한 기준을 가르친다. 주의 재림 이전에 반드시 배교와 적그리스도의 출현이 있어야 한다. 세계교회가 그리스도를 믿는 복음의 도를 떠나고, 적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성전에서 하나님을 참칭하기까지 하는 일이 일어날 때 그리스도의 재림이 있을 것이다.

이것을 보면 종교개혁기에는 주의 재림이 임박했다고 믿을 분명한 근거가 있었다. 중세교황권은 복음의 도리를 떠나 세속권력에 취해 무서운 전횡을 저지르고 있었고, 교황은 하나님을 대리한다면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적그리스도는 바로 교황이라고 여길 만 했다. 이렇게 당시로선 성경의 기준에 들어맞는 것으로 보였음에도 아직 그리스도의 재림은 일어나지 않았다.

혹자는 지금도 로마가톨릭은 복음의 도리를 떠난 그리스도의 원수로서 세계종교통합음모를 꾸미고 있지 않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과연 로마가톨릭의 향배는 분명 조심스럽게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오늘날 로마가톨릭교회에도 그리스도의 도를 좇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있다. 그들은 로마교회가 그리스도께로 집중되도록 하는 그리스도의 제자의 길을 걷고 있다. 종교개혁자들이 배교와 악행이 횡횡하던 중세로마교회를 향해서조차 그 가운데 교회가 흔적으로나마 존재한다고 인정했던 바 있는데(칼뱅, 기독교강요 4.2.11,12), 우리 시대에 그렇게 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현교황 베네딕토16세가 전임자인 요한바오로2세와는 달리 욕을 먹곤 하는 편이지만 멸망의 아들이라고 생각할 별 근거가 없다. 본문 4절은 극단적인 종교다원주의라고 볼 수 있는데, 베네딕토16세는 가톨릭에서도 손꼽을 만한 종교다원주의의 공공연한 반대자다. 베네딕토16세 같은 타입의 가톨릭보수파가 상대적으로 이런 데 무관심한 진보파와 달리 개신교와 정교회에서 신자를 빼내 개종시키려고 애쓴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세계종교통합음모라니 터무니없다.

아니면 세계교회협의회(WCC)야말로 적그리스도를 예비하는 세계종교통합운동이 아닐까? 세계교회협의회에서 내놓는 에큐메니칼 문서들이야말로 세계교회가 복음의 도를 떠나는 배교의 생생한 증거가 아닐까? 이런 루머의 진원지는 다름아닌 세대주의 종말론자들과 근본주의자들이다. 이런 루머를 퍼뜨리는 분들에게 세계교회협의회에서 내놓는 공식문헌을 얼마나 확인해 보셨는지, 정확하게 제대로 읽어 보셨는지 묻고 싶다. 자기들과 생각이 다르고 믿는 방식이 다르면 죄다 배교고 이단이라면 대체 배교 아닌 것이 무엇이고 이단 아닌 것이 무엇인가? 그런 식의 분파주의야말로 이단일 수도 있다. 그리스도의 진리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그리스도께서 좁은 길을 가라고 하셨지 협소하고 완고한 교리주의자가 되라고 하시지 않으셨다. 

게다가, 멸망의 아들은 대체 누구를 지목할 것인가?

혹자는 노스트라다무스가 말한 '마부스'를 들먹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하나님의 말씀도 아닌 일개 점성술사의 말이 그리스도인의 믿음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하지만 일단 그들의 주장대로 '마부스'가 멸망의 아들이라고 해보자. 그가 과연 누굴까? 오바마 미국 대통령? 혹은 미국 국방부의 그 아무개? 혹은 갈수록 힘을 잃어가면서 퇴출이 예상된다는 유로화의 발권국 유럽연합의 별 권한도 없는 수장? '그들' 중 그 누구도 데살로니가후서 2장4절의 예언에 들어맞지 않는다. 적어도 예언에 나타난 적그리스도의 양태가 현실로 드러나지 않은 현재로선 그렇다.

세상의 악의 향배에 대해서는 깨어있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배교와 적그리스도의 출현이라는 종말의 기준이 충족되기 전에 괜히 들뜰 필요가 없다. 그 이전에는 누가 어떻게 하여도 미혹되지 않으면 된다. 저명하고 신령한 아무개가 재림과 말세의 징조를 말하는 영음을 얘기하거나, 신통하게 예언을 여러 차례 맞춘 아무개가 뭘 보거나 듣거나 영으로 말한다고 주장하더라도, 이런저런 종말의 소문을 듣더라도, 어떤 유명한 목회자나 신학자가 성경을 해석해 보니 재림과 휴거가 곧 있을 것이라고 아무리 그럴듯하게 얘기하더라도 휩쓸릴 필요가 없다. 이것이 성경이 알려주는 시한부종말론 대처법이다. 

[덧붙임]
(*1) 여기서 나는 '휴거'라는 말로 예수재림을 시한부종말론적으로 받아들여서 일어나는 현상 자체를 가리키고자 했다. 예수님이 비밀히 신자들을 한 번 또는 두세 차례에 걸쳐 하늘로 데려가고 공중재림은 또다시 별도로 일어난다는 의미의 '휴거'는 존 다비 이후 세대주의자들이 발명해낸 비성경적이고 비복음적인 관념이지, 초대교회의 신앙이 아니었다. 밀리오레의 지적대로, 이 관념은 신자로 하여금 그리스도를 좇아 이 땅의 고통을 품고 부조리에 거룩한 저항을 하기 보다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을 '구원'이라고 착각하게끔 그릇되게 이끈다. 예수재림을 진정 기다리는 삶은 이런 두려움과 불안에 휘둘리지 않는다.


2010. 12. 8. 01:51

베리칩에 관한 몇 가지 루머 짚어보기

베리칩에 관한 이런저런 루머가 인터넷에 하도 많이 퍼져 있어서 사실관계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루머는 오바마정부 들어 통과된 미국 의료보험개혁안에 미국민 전체가 36개월 이내에 베리칩을 삽입해야 한다고 법으로 정했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바야흐로 짐승의 표 666을 받게 될 날이 머지 않았고, 예수재림이 가까웠다고 한다.

법령을 미국정부관련사이트에서 직접 찾아보면 이런 얘기를 퍼뜨리는 사람들이 말하는 문제의 '1004쪽' 얘기는 이 글에 첨부한 파일에서는 1190쪽대가 되어 있다. '1004쪽'으로 나오는 버전은 내려받아 읽었던 파일이 손상되었는지 첨부하는데 약간 문제가 있어서 해당문서를 첨부하지 못했지만 일일이 견주어 문제의 법령 내용이 두 버전 사이에 한 글자 한 글자 동일한 것을 확인해 두었음을 밝혀둔다.

1. 법령에 나오는 '삽입할 수 있는 의료장치'는 베리칩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법령에 나온 제2종 의료기구에 관한 기술에 나오는 implantable이라는 형용사가 베리칩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몸안에 삽입하는 의료기구들을 가리키는 일반적인 표현이다.
2. 미국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보험법령이 36개월 이내에 발효된다는 얘기다.
문제의 '의료기구'는 미국의 일반시민 전체가 아니라 환자(patient)에게 사용되는 것이라고 위 법령에 명시되어 있다. 당뇨병이나 심장병 같은 만성질환환자에게 적용될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법령이 말하는 '36개월'이라는 시한(1196:5f 등 여러 곳)은 사람들이 '짐승의 표를 받아야 하는 시한'이 아니라 당연히 새 의료보험법령의 발효기한을 가리킨다.

3. 베리칩이 이번 법령에 새로 포함된 것도 아니다.
베리칩은 이미 미국식약청에 의료기구로 등록되어 있다. 2010년11월5일자 업데이트본에 따르면, 베리칩은 2003년 등록되어[date received] 2004년 승인[decision date]되었고, 제3종 (Classs III)로 분류되어 있다. (어쩌면 이 소식이 베리칩음모론자들에게는 더욱더 두렵고도 설렐지도 모르겠지만.) 요는, 베리칩은 의료기구로 사용된지 좀 됐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베리칩이 의료기구면 짐승의 표가 되는지, 의료목적으로 베리칩을 맞는다면 곧 666 짐승의 표를 받는 것인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2004년부터 의료기구로 사용되고 있던 베리칩을 두고 왜 하필 지금 이 난리들일까?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일 것으로 본다. 

오바마가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열악한 미국의료보험제도를 손보겠다는 걸 공화당은 사회주의를 연상케 한다며 흑색선전을 펼쳐왔다. 레이거노믹스 이후 미국경제를 수십 년에 걸쳐 망가뜨린 장본인인 미공화당이 경기침체로 오바마의 지지율이 떨어진 틈을 타 선거에서 압승한 뒤 경제를 빌미로 오바마와 민주당을 압박하는 희한한 모양새가 펼쳐지고 있다. 위헌시비까지 거시는 중이시란다. 이에 미국근본주의자들은 미공화당에 호응하여 묵시문학적 파국의 색깔을 덧칠하고 있다. 오바마는 빨갱이일뿐 아니라 적그리스도의 세계정부를 예비하는 어둠의 세례요한이 되는 것이다! 아니면 오바마가 바로 적그리스도?

이들의 선전은 미국주의원들에게도 먹혀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버지니아주의회는 중앙언론의 조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베리칩의 강제적 사용을 불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현재 법안을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해 놓았다조지아주의회에 대해서도 비슷한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비슷한 법안을 추진중이거나 이미 추진한 주의회가 더 있을 것이다. (미국 버지니아주 / 조지아주 등에서 베리칩을 받도록 법제화했다는 식으로 국내인터넷에 소문이 퍼졌던 것과는 사실관계가 정반대다.) 이 모든 조처가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을 압박하는 정치적 구실이 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물론 이 역시 정부가 거짓말하고 있다든지, 자발적으로 받도록 보이지 않는 폭력을 행사할 거라는 등, 근본주의자들의 베리칩음모론을 결국 막지는 못할 것이다.
 
어쨌거나 미국판 색깔론이라고 하기조차 뭐한 진흙탕싸움인데 이걸 따라하는 한국사람이 대체 누군가? 앞의 링크를 유심히 보면 장죠셉 목사와 '주님을 기다리는 신부들' 카페의 글을 열어볼 수 있다. 장죠셉 목사는 과거 다미선교회의 시한부종말론을 추종했고, '주님을 기다리는 신부' 카페는 신사도운동 계통이다. 이들 모두 데이비드 오워의 전쟁예언을 확산시킨 장본인들이다. 시한부적인 분위기가 이분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형제들아 우리가 너희에게 구하는 것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강림하심과 우리가 그 앞에 모임에 관하여 영으로나 또는 말로나 또는 우리에게서 받았다 하는 편지로나 주의 날이 이르렀다고 해서 쉽게 마음이 흔들리거나 두려워하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 누가 어떻게 하여도 너희가 미혹되지 말라 먼저 배교하는 일이 있고 저 불법의 사람 곧 멸망의 아들이 나타나기 전에는 그 날이 이르지 아니하리니 그는 대적하는 자라 신이라고 불리는 모든 것과 숭배함을 받는 것에 대항하여 그 위에 자기를 높이고 하나님의 성전에 앉아 자기를 하나님이라고 내세우느니라 (데살로니가후서 2장1-4절)


2010. 12. 1. 15:01

권위주의 시대의 도래?

극단적인 경우 대한민국에 어쩌면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전체주의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몇 가지 상황을 보면 여건이 어느 때보다 무르익어 있지 않나 싶어 우려스럽다. 

1. 남북갈등이 심화하여 여론이 한 방향으로 경직되기 쉽다. 
적절히 증오와 분노를 부추겨주면 그 다음은 스스로 동력을 얻어 돌아가게 될 것이다.

2. 현 대통령과 정권이 레임덕을 타개할 계기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현 정권은 전 정권에 모든 책임을 전가했다. 햇볕정책을 3년간 철저하게 중단하고 부정하면서 대북강경고립정책을 구사해 온 현 정권이 막상 일이 터지자 햇볕정책의 실패로 규정하는 데서 현 정권의 기본마음가짐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남북갈등심화 덕분에 현 정권은 자신과 견해를 같이 하지 않는 비판세력을 북한과 동일시하여 통제하는 전략을 보다 드러내놓고 당당하게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애꿎은 희생양을 만들어 악마화함으로써 자기칭의를 도모하기 위해 온라인글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정권비판세력에 대한 사찰과 검열이 의로운 분노의 이름으로 일상화될 수 있다. 민간인사찰과 대포폰의 존재 따위는 그 나쁜 조짐으로 보인다.

3. 언론방송장악이 사실상 거의 이루어진 상태다. 
언론방송권력을 견제할 수단이 현재로선 실질적으로 없어 보인다. 정권과의 이해관계호응에 따라 정권의 프로파간다에 도구역을 자임한다면 기득권층으로선 여론을 순식간에 조종통제할 수 있게 된다. 정권과 기득권층의 입맛에 맞는 뉴스만 골라서 내보내면서, 이에 동조하지 않는 시민이나 집단은 색깔론으로 희생양을 만들어 제압할 것이다. 
이미 이것은 한나라당이 어느 정도 해왔고, 당대표가 공식적으로 '사이버전사'를 양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알바들이 내뱉는 몰상식한 극언이 정권의 정책이나 행동에 실제로 반영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 정도가 되면 실질적으로 전체주의와 별 다를 것 없는 권위주의 사회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4. 야당과 시민사회가 구심점 없이 지리멸렬해졌다. 
김대중, 노무현 이후 실질적으로 민주사회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가 나오지 못했다. 야당들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통합하고 조정하는 능력이 현저히 부족해서 과반수 이상의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바란다고 하더라도 민의를 대변할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5. 군검경이 현 정권과 긴밀히 호응하고 있다. 
군은 노무현 시절 제2 롯데월드 설립허가를 안보를 이유로 극렬하게 반대하다가 현 정권 들어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검찰은 자신들에게 자율권을 준 노무현 대통령을 주변사람들을 꼬투리잡아 죽였지만, 동영상 증거까지 남아 있는 데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까지 나서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동참했다. 
경찰은 현 수장부터가 철저히 군사독재시대의 악습이 발상과 처신에 몸에 배어 출세를 거듭했다.
군검경은 현 정권의 이해관계에 적극부응하기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몇 해전 저명한 찬송시인 송명희님이 '표'라는 소설에서 조만간 대한민국에 베리칩을 표로 받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는 대환란의 시대가 도래한다고 얘기한 바 있다. 666표를 두려워하고, 적그리스도가 교회와 세상을 커다란 고통에 빠뜨릴 대환란에 빠지지 않기 위해 휴거되고 싶어하는 전형적인 근본주의 내지 세대주의 종말론 프레임에서 나온 얘기다. 
조금만 찾아 보면 이와 비슷한 얘기들이 꽤 많이 나돌고 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데이비드 오워의 전쟁예언을 얘기하는 이들도 이 프레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리스도의 재림에 대비하자는 그들의 최선의 의도는 존중하지만, 세대주의 종말론은 애시당초 성경적으로 합당한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송명희 시인이 그리는 것과 같은 시나리오에 딱 한 가지 공감하는 부분은 이대로 가면 전체주의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글을 올리는 것 자체가 아직 그 정도로 망가지지는 않았다는 일말의 믿음과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저 한 때 해프닝으로 끝나길 바란다.
그러나 만일 불행하게도 이런 상황이 온다면 체재의 속성상 사람들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기들이 하는 일이 정당하고 의롭다고 굳게 믿으면서 모든 악행을 저지르게 될 것이다.

교회는 이 대목에 대해 얼마나 깨어 있는가? 이 점에서 다시금 마음이 갑갑해진다. 
바르멘신학선언을 작성해 독일교회의 대히틀러투쟁을 고취했던 바르트나 히틀러암살계획에 가담했던 본회퍼를 신학교나 설교에서는 곧잘 들먹이지만, 막상 교회현장에서는 목회자나 대중 모두 워낙 몰역사적인 개인신앙에 절어 있어서 역사참여를 세상과 타협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미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반공이데올로기에 열광하면서 기득권의 행태에 철저히 호응하고 있으니 이 모순과 부조리를 어찌하면 좋을꼬... 하나님께서 도움 주시기를 기도드린다.

[덧붙임]
- 미국의 유니테리언 목사이자 예수 세미나의 펠로우인 데이빗슨 뢰어는 미국에서 종교적 근본주의가 정치적 근본주의에 호응하여 새로운 파시즘을 초래할 것을 내다보며 우려와 비판을 표명한 바 있다. 뢰어의 유니테리언주의나 예수세미나식 역사적 예수 연구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의 정치신학적 문제의식은 동감이다. 한국 상황은 미국과 딱 판박이다. 
2010. 10. 3. 17:10

한반도전쟁예언의 사각지대

최근 데이비드 오워 박사라는 케냐의 예언가가 한국(교회)의 죄 때문에 한반도에 전쟁이 있을 것이라는 예언을 했다고 한다. 오워 박사의 홍보영상을 보면 티벳과 칠레와 미국서부와 아이티 등의 지진을 예언한 예언가라고 되어 있다. 그런 예언가가 한반도에 전쟁을 예언했다니 평신도들과 비그리스도인들사이에서조차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 같다.

일단 예언이 나왔다면 그것이 주께로부터 말미암았는지 주의깊게 시험하여 보고, 주께로부터 말미암았다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합당한 방향으로 돌이키면 될 일이다.

1. 주께로부터 말미암은 예언인가?

오워 박사의 불분명한 신학적 배경이나 이현령비현령식 예언행태에 대한 이의제기가 많이 되고 있다. 이 의혹들을 간추리면 이렇다.

1) 오워 박사가 그리스도인이 된지 얼마 안 되는 '초심자'이며, 그리스도인이 된 뒤에도 두 여인과 동거했던 전력이 있다.
2) 오워박사의 부르심이야기에 성경에 낯선 the Ark of the New Covenant of The Lord in God's Throneroom이나 "천국 문 앞에 떠 있는 두 개의 결혼반지"와 같은 비성경적인 표현이 나온다.
3) 오워 박사의 집회에서 '신사도운동' 계열에서 관찰되는 '쓰러짐' 현상이 나타난다. 오워 박사의 동영상을 처음 퍼뜨린 카페 '주님을 기다리는 신부'도 신사도운동 계통이고, 특히 이곳에는 92년 종말론파동 때 다미선교회 미국지부를 맡고 있던 장요셉 목사가 참여하고 있다. 오워 박사의 동영상 다수에서 통역으로 나오는 사랑과 진리 교회 벤자민 오 목사도 신사도운동가다. 신사도운동은 이미 교계에서 광범위하게 도입 내지 참여금지 판단이 내려진 기피단체다.

이 의혹들은 어찌 보면 근본주의자들의 지나친 정죄로 보이기도 한다.

- 두 여인과 동거한 것이 잘한 일은 아니지만 케냐 같은 아프리카나라에 일부다처제가 남아있을 수 있다.
- 쓰러짐 현상은 부흥회를 아주 심하게 하다 보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걸 전면에 내세운다는 게 치우치고 위험한 일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때때로 성령은 주류교회에서 추방된 공동체 가운데서도 역사하실 수 있다.

다만, 그의 부르심이야기에서 비성경적인 표현이 나오는 점은 걸린다. 이것은 아무리 조심하고 주의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미 펄시 콜레의 천국간증 때 비성경적인 표현이 그의 정체가 탄로나는 데 단서가 된 바 있기 때문이다. 펄시 콜레 역시 그리스도의 보혈에 대해 얘기한 바 있지만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없었고, 천국간증도 앞뒤가 맞지 않는 한낱 사기에 지나지 않았다.(*1)

사실 오워 박사의 예언은 주께로 말미암지 않았다는 식으로 잘라 말하지 않으면 후련하고 시원하지 않다. 하지만 후련하고 시원한 것보다는 조심스럽게 정확한 답을 찾아가는 쪽이 낫다. 누군가를 사이비이단이라고 판단하는 일은 확고부동한 증거를 바탕으로 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제기된 의혹들 가운데 위험천만한 대목도 있지만, 확고부동한 증거랄만한 신학적 오류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관련자료를 좀더 충분히 수집해서 찬찬히 살펴 본 뒤에야 이 부분을 확실히 할 수 있다. 해서 판단을 유보해 둔다. 일단 정확하다고 확신되는 판단이 서면 이 부분의 서술은 보다 간명해질  것이다.

2. 예언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매김이다.

사실 오워 박사가 말하는 한국교회의 죄 자체는 누구나 공감할 만큼 상식적이고 원론적이다. 번영과 성공의 신학, 음란의 죄 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떻게, 어디로 돌이킬까?

상대적으로 음란의 죄는 돌이킬 방향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번영과 성공의 신학은 어디로 어떻게 돌이켜야 할지, 돌이킬 수나 있을지, 문제가 참 간단치 않다.

한국교회의 성공신학은 한 마디로 힘의 숭배다. 번영신학, 성공신학의 죄를 회개하자고 말하는 그 자신들이 힘의 숭배에 깊이 물들어 있다. 한국교회가 앙모해온 미국교회 복음주의와 사정이 별로 다르지 않다.

구체적으로 한국교회의 주류는 어김없이 정의를 강탈한 기득권과 결탁하여 안녕을 도모한 야합의 역사를 갖고 있다. 한국교회는 기득권과 결탁한 나머지 그들의 이데올로기, 특히 반공이데올로기를 내면화했다. 6.25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 가운데 하나인 한국교회가 북한에 대해 강한 트라우마를 갖는 것은 납득할 만하다. 그렇더라도 한국교회가 반석으로 삼아야 할 대상은 반공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다. 반공이데올로기는 하나님의 말씀에 비추어야 할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반공이데올로기를 하나님의 말씀에 진배 없이 내면화 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교회는 기득권를 비판할 수 없다. 오히려 기득권을 비판하면 빨갱이라는 의혹의 따가운 눈길부터 주기 바쁘다. 나아가 기득권의 원의에 적극 봉사하기까지 한다. 현 정권을 지극정성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뉴라이트는 그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기득권의 이데올로기를 자기 반석으로 삼은 한국교회는 기득권에 밀착하여 번영과 성공을 누리느라 예언자적인 비판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 스스로 이 땅의 우파 기득권과 하나님의 뜻을 간단히 동일시하고, 소위 좌파를 사탄의 무리, 빨갱이로 즐겨 단죄하며, 북한에 대한 증오와 공포에 노예적으로 사로잡혀 있다.

바로 이런 수구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기득권층은 북한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며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안보장사를 해왔고, 한국교회는 이 비루한 안보장사에 이용당해 왔다. 그렇기에 불쌍하고 딱한 북한정권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변화되기를 기도하기 보다, 저 사악한 북한 정권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폭싹 망하기를 피를 토하듯 기도한다. 이렇게 하면 기득권층과 기성세대에게 성공이라는 일정한 보상을 받을 것이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빨갱이로 몰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교회는 힘을 숭배하는 성공신학을 쉽게 버릴 수 없다.

구약예언자들은 기득권의 부정부패에 강력한 저항과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그들의 비판은 바로 당대에 벌어지고 있었던 힘의 숭배라는 성공신학에 대한 비판이었다. 검은 것을 희다하고, 흰 것을 검다 하며, 저울추를 속이고, 약자의 판결을 굽게 하고, 의인의 의를 거짓으로 강탈하고, 그러면서도 그들의 평안이 성직자들의 축복으로 계속될 것으로 믿어 의심지 않는 시대의 불의와 신앙의 태만에 대한 준엄한 꾸짖음이었다.

구약예언자들은 그들 사회에 가득 퍼져 있는 강대국의 이데올로기, 그들의 힘을 숭배하는 바알신앙을 우상숭배라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 한국땅의 바알신앙은 다름아닌 반공이데올로기다. 반공이데올로기가 교회를 망치고 있다. 한국교회에 올바른 역사의식을 추구할 힘마저 빼앗아 버리고 있다. 반공이데올로기를 비판할 때 이 땅의 교회를 오염시켜온 수많은 이세벨들이 외칠 것이다. "저 빨갱이 사탄의 무리를 잡아 죽여라!"

교회가 반공이데올로기에 안주해 있는 한 한반도에 평화통일은 멀고 전쟁과 폐허는 가까울 것이다.

* 2010년 9월 5,7일경 다른 블로그계정에 썼다가 옮김.

[덧붙임]
1. 일례로, 펄시 콜레가 솔로몬왕에 대해 책과 설교테이프에서 한 말은 서로 상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