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3. 22:52

멋진비움의 의미

간혹 멋진비움이라는 본인의 필명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북극성'이라고 닉네임을 정했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북극성이라 참칭하며 교주 노릇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참소까지 당하는 목사님이 있는 마당에,

약간의 오해야 있을 수도 있겠으나...


어찌 되었든 한 번쯤 분명히 해 둘 필요는 있겠다 싶다.


멋지다는 것은 글쓴이 본인 개인이 멋지다는 의미가 아니다.

'비움'이 멋지다는 것이다.


여기서 비움은 물론 빌립보서 2장 그리스도 찬가에 나오는 그리스도의 '비움'을 가리킨다.

빌립보서 2장에 따르면 이 비움은 그리스도의 영광, 즉 찬란함(die Herrlichkeit)의 근거요 원인이다.

이런 의미에서 빌립보서 2장의 비움은 비천한 것 같으나 실은 찬란한 비움이다.


하나님의 참된 영광은 그리스도의 이 찬란한 비움을 통해서 계시되었다.

마르틴 루터가 일깨워주었다시피, 하나님의 영광이 십자가에서 계시되었기 때문에, 하나님의 영광을 말한다는 것은 스콜라철학 식 사변이 아니라 시련과 고난과 기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비움에 동참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 


세상 빛이 찬란하고 멋들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진정한 비밀과 신비는 십자가에서 계시되었다.

썩어져 가는 한 알의 밀알에서부터 온 세상과 온 우주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의 영광이 이미 충만하다.

때가 언제일지는 알 수 없으나 종말에는 그 충만한 영광이 온전히 드러날 것이다


세상 빛은 노골적으로 찬란하고 화려하지만 덧없이 스러지고 부질없이 사라져간다.

십자가에서 계시된 하나님 영광은 없는 듯 감추어져 있으나 모든 것 가운데 모든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바로 이 없는 듯 감추어져 있음 가운데 진정 찬란한 하나님의 영광과 위엄의 길이 있다.


왜 비움이 멋진가?


비움이 멋지다는 것은 하나님의 영광과 위엄의 표상을 우리말 어휘를 통하여 내 식대로 해석해 본 것이다. 즉, "멋"이라는 다른 나라 말로 옮기기 쉽지 않은 우리말 표현 속에 찬란함이나 화려함과는 구분되는 은근한 길(way)의 지혜, 혹은 매너(manner)의 탁월함 같은 뉘앙스가 담겨 있다고 본다. 따라서 하나님의 지혜이기도 한 그리스도의 비움이야말로 '멋지다'라는 형용어가 돌려지기에 합당하다.


그리스도의 비움이야말로 무릎 꿇어 우러러보고 모든 찬사와 칭송을 돌리며, 그 뒤를 따르기에 합당한 멋진 길이다.


이것이 처음 이 필명을 정할 때 나를 사로잡았던 생각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나의 신학적 모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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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지성을 경계함!

엉터리 지성을 경계함!


박동현 선생님 (전 장신대 구약학 교수)


자기는 남들보다 더 똑똑하고 (사실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데도)

남들보다 책을 더 많이 읽었고 (사실은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는데도)

남들보다 사리분별력이 더 나아 (사실은 판단력이 크게 흐려져 있는데도)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을 (사실은 자기보다 훨씬 더 훌륭한 사람들을)

늘 이끌어주고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하는 생각에 스스로 속아,

만만해 보이는 사람들, 순진한 사람들,

그에게서 무엇인가를 배워보려는 사람들을

현란한 말솜씨와 감언이설로 속여

그들의 마음을 훔치는 한편

자기와 조금이라도 다르면

더할 나위 없이 무섭고 비열한 말과 태도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들에게 남겨주고도

조금도 잘못한 줄 모르며

날이 갈수록 그 정신적인 테러의 도를 더하며

자기 잘못을 인정하며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어떤 식으로든 변명하고 합리화하여

잘못했다고 좀처럼 사과할 줄 모르며,

알량한 자신의 고상한 뜻을 이루기 위해

사람을 수단으로 부려먹는데 주저하지 않으며,

고담준론을 펼치며 사랑과 정의와 평화와 인권을 부르짖지만

정작 자신은 남을 짓밟고 불의를 행하며 미움을 퍼뜨리며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말과 행동을 서슴치 않는,

개혁을 내세우지만 그 자신이야말로 개혁의 영순위 대상인,

엉터리, 사이비, 짝퉁 지성인들...

그들의 그 잘난 지성(知性) 폭력에 시달려

거의 초죽음에 이른 사람들이 이 땅에 얼마나 많은지!

모든 사람을 당신의 형상으로 만드신 하나님은

이런 정신적인 테러를

왜 가만히 보고만 계시는지!

그 테러에 시달려 신음하는 사람들의 소리를

과연 듣고는 계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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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하다가 우연히 만난 글이다. 아마 박동현 선생님이 페이스북에 올리신 글인 것 같지만 지금은 글을 지우셨는지 찾아볼 수 없다. 다른 분들의 글에서 따왔는데 혹 선생님의 뜻에 반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다. 먼 발치에서나마 박동현 선생님을 흠모하고 본받고 싶어하는 신학도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마음이 시원해오면서도 한켠에는 내 자신에게도(T_T;;) 심한 찔림이 오는 힘있는 글이어서 이곳을 들러주시는 방문객 여러분께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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