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3. 17:08

백워드마스킹의 실체

국민일보 쿠키뉴스에 백워드마스킹으로 모 아이돌그룹의 히트곡을 돌려들어보니 성관계를 표현하는 가사가 떴다는 기사가 떴다. 백워드마스킹은 예전부터 잊을만하면 근본주의 기독교 쪽에서 흘러나오는 얘깃거리였다. 하지만 국민일보라는 어엿한 언론기관에서 이런 얘기를 흘린다니 백워드마스킹의 복음을 전파하고 싶었던가. 이런 소재에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쏠리는 현상도 착잡한 일이다.

문제의 영상을 보니 상당히 여러 가지 주제를 언급하고 있었는데, 이 글에서는 백워드마스킹에 대해서만 간단히 다루도록 한다.

1. 백워드마스킹에 따른 소리에서 음성패턴을 자의적으로 인식하는 문제일 수 있다.

유명가스펠송그룹 소리엘의 CCM을 똑같은 기법으로 돌려들어보면 황당한 내용이 나온다는 유튜브동영상이 벌써 떠 있다. (다른 CCM이나 찬송가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소리엘 그룹에 심각한 영적 문제가 있는 걸까? 사람은 다 죄인이니까 누구도 소리엘에 영적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할 수야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섣불리 누군가를 판단하고 정죄하기에 앞서 다음과 같은 간단한 사실을 상기해 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특정낱말은 백워드마스킹에서 반드시 특정낱말로 옮겨지고, '민감한' 몇 개 낱말 앞 뒤로 문장을 만드는 것은 듣는 쪽이 ('바이블코드'와 마찬가지로) 자의적으로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소리엘의 유튜브동영상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백워드마스킹에서 말하는 사례 중 적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본다.

2. 백워드마스킹이 잠재의식을 지배한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앞서 '적지 않은 경우'라고 쓴 까닭은 이 기법을 의도적으로 쓰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보적으로 열어놓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기법을 의도적으로 쓴 경우라도 이 기법의 '위험성'을 반드시 입증할 증거는 못 된다. 당연히 이보다 먼저 백워드마스킹의 영향을 명백하게 입증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필요하다.

백워드마스킹을 '사탄의 전술전략'으로 믿는 분들 가운데 아마 잠재의식을 활용한 광고기법이 그 증거가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백워드마스킹을 활용한 사례가 아니다. 즉, 거꾸로 돌려야 알 수 있도록 은폐된 메시지가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지 검증한 것이 아니다.

아울러, 잠재의식에 대한 메시지에 따른 정신적 왜곡에 인지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설혹 백워드마스킹이 잠재의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지라도 공포영화의 주문처럼 불가항력적인 성격의 것은 아니다.

특히 그리스도인이라면 백워드마스킹을 두려워할 필요도, 그래야 할 까닭도 없다. 사탄이 유혹을 귓가에 속삭이는 것을 예수께서 인지하시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물리치셨던 대로 자신의 인지를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덧붙임] 
이 글은 영문위키의 백마스킹 항목의 기술을 비교, 참조했다.
- 이 글은 국내언론기사의 용어사용을 따라 '백워드마스킹'이라고 썼다. 그러나 백워드마스킹이라는 용어의 해당항목에 따르면 백워드마스킹이라는 용어는 최초의 시각적 자극 이후 즉시 또다른 자극을 주어 최초의 시각적 자극을 인지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을 가리킨다고 한다. 백워드마스킹은 심리조작에 악용될 수 있고, 백마스킹을 가리키는 말로 부정확하게 전용되기도 한다.
- 영문위키의 백마스킹 항목에서 관련항목으로 링크돼 있는 Reverse speech는 모든 사람의 말을 거꾸로 돌리면 거기에 그 사람의 진정한 내적 관심사가 드러난다는 주장이다. 자기 자신도 진정한 내적 관심사를 알기가 쉽지 않은데,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쉽고 간단한 지름길이 있는 셈이 되겠다. 위의 글에 나온 '소리엘'의 경우 거꾸로 돌리면 나오는 말을 고의로 썼을리는 없겠고, 굳이 의미부여를 하려 한다면 이 주장의 라인을 따르게 될 것이다. 물론 이 주장은 '사이비과학'으로 소개되어 있다.

* 2010년 9월 5,6일 쯤 다른 블로그계정에 올렸던 글을 옮김.